양자도약(量子跳躍), 이른바 '퀀텀 점프(Quantum jump)'라고 불리는 현상은 원래 현대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최근에는 경영·경제학 분야에서 더욱 많이 회자된다. 기존의 틀을 깨고 단번에 도약하거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러한 퀀텀 점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양자(Quantum)는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충분한 에너지'가 주어지게 되면 단 한순간에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도약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의 에너지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면 양자는 기존의 궤도에서만 머무를 뿐 결코 퀀텀 점프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퀀텀 점프의 필수 조건 '충분한 에너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에이비엘바이오가 보이는 행보를 '퀀텀 점프' 현상에 대입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를 포함한 차세대 ADC(Antibody Drug Conjugate) 개발을 위해 1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중항체 ADC 시장은 아직까지 승인된 약물이 없고 대부분의 파이프라인이 초기 임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반면, 3세대 ADC인 TOPi 기반의 단일항체 ADC 시장은 지난 2019년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제한된 타겟으로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극적인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초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빠른 시장 진입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양자가 퀀텀 점프를 하려면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한 적극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무주공산 이중항체 ADC, 시장 선점 효과 누리려면 '자금' 지원 필수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이중항체 ADC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항원을 표적으로 암 세포 내부로 빠르게 침투하는 기전을 가진 의약품"이라며 "기존 단일항체 ADC 보다 개선된 안전성과 우수한 효능을 보여 차세대 모달리티(Modality)로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에 대한 전문성과 ADC 개발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다"라며 "현재 총 세 개(ABL206, 209, 210)의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별다른 투자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중항체 ADC 개발은 긍정적으로 봐도 1년에 한 개 정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시장 선점을 위해 1400억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적극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했다"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메가딜로 입증된 이중항체 ADC의 가치, 잠재력 '무궁무진'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이중항체 ADC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눈 여겨 보고 있다.
BMS는 작년 12월에 중국 항암제 기업 시스트이뮨(SystImmune)으로부터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이중항체 ADC에 대한 글로벌 권리(중국 제외)를 최대 84억 달러(약 11조원)에 사들이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규모만 8억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딜이다.
존슨앤드존슨(J&J)은 올해 초 미국 ADC 전문기업 앰브랙스 바이오파마(Ambrx Biopharma)를 20억 달러(약 2조 5000억원)에 인수했고, 머크(MSD)는 다이이찌산쿄로부터 계약금만 40억 달러(5조 4000억원)에 달하는 ADC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파트너십의 총 계약 규모는 220억 달러, 한화로 30조원에 육박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동안 쌓은 ADC 개발 경험과 이중항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최소 3개 이상의 이중항체 ADC에 대한 임상시험신청(IND)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확보된 △ABL206 △ABL209 △ABL210은 모두 세포실험을 통해 다양한 이점을 확인한 상태로, 이 중 하나는 임상1상 진입 이후 빠르게 기술이전을 진행해 새로운 캐시 플로우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른 파이프라인들의 가치(value)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이중항체 ADC를 성공시킨 사례가 없고, 지금이 이러한 도전을 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상훈 대표가 구상 중인 '에이비엘바이오'는 어떤 모습일까. 향후 에이비엘바이오가 나아갈 방향성과 이 대표가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을 듣기 위해 팜뉴스 취재진이 판교를 방문했다. 그 생생한 내용을 전한다.
▷ 원문보기 :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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