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강수 맞힘률은 평균 0.7이었다.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경우의 70%는 실제 비가 왔다는 뜻이다. 꽤 높은 비율이라고 볼 수 있지만, 비 예보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취소한 경험이 있다면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힘든 확률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에는 강수 맞힘률이 0.42로 10번 중 6번은 비 예보가 틀렸던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 호우가 반복되는 여름철에는 정확한 일기예보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폭탄처럼 쏟아지는 호우는 예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단기 예보에 강한 인공지능(AI) 기반의 날씨 예측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까닭이다.
지난달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의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은 각국 기상 센터가 아니라 구글 딥마인드의 AI 기반 날씨 모델 ‘그래프캐스트’였다. 그래프캐스트는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에서 수집한 40년간의 글로벌 기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AI 프로그램을 훈련시켰다. 슈퍼컴퓨터가 한 시간 이상 걸리는 ‘10일 예보’를 그래프캐스트는 몇 초 만에 생성한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유럽 중기예보센터는 세계 최고의 예보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그래프캐스트는 이보다 90% 이상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프캐스트의 날씨 예보는 슈퍼컴퓨터가 아닌 일반 컴퓨터로도 가능하다. 비용 역시 거의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AI 예보 기술이 슈퍼컴퓨터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비용과 시간 단축 측면에서 기존 기상 모델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모델은 장기 기상 예측 정확도가 떨어져 현재는 슈퍼컴퓨터의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AI 기상 예보는 빠른 계산으로 단기 기상 예측에 탁월하고, 기존 기상 예보는 장기 기상 예보에 우위가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각 방법마다 고유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AI 시스템이 슈퍼컴퓨터 예보 방식을 보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적인 방식의 기상 예보는 AI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정확한 기상 예측 모델을 보유한 유럽 중기예보센터는 구글 그래프캐스트와 엔비디아, 화웨이 등이 만든 AI 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한 예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단순 참고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적으로 AI 모델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테스트와 비교 목적으로 AI 기상 예보를 제공한다”며 “머신 러닝 제품은 실험 단계로, 지역 세부 정보가 누락되고 다양한 변수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화웨이는 빠른 예보를 강점으로 내세운 기술을 잇달아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기상예보 AI 소프트웨어인 ‘어스-2’는 지구 대기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기상 관측보다 1000배 빠르고, 분석 대상의 해상도를 10배 높였다. 화웨이는 ‘판구웨더(Pangu Weather)’라는 기상 예측 모델을 지난해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40여년간의 기상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 예측 속도보다 1만 배 빠른 속도를 구현했다. 슈퍼컴퓨터가 4~5시간 동안 걸리던 예보를 10초 만에 가능케 했다는 것이 화웨이 측 설명이다. 판구웨더 역시 태풍 마와르의 경로 변경을 5일 전에 정확하게 예측했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로라(Aurora)’라는 기상 예보 도구를 출시했다. 기존 예보 모델보다 5000배 더 빠른 속도로 5일간의 글로벌 대기 오염 예측과 10일간의 날씨 예측을 제공한다. 연구원들은 오로라에 방대한 양의 과거 날씨 데이터를 훈련시켜 예측을 수행했는데, 최신 버전의 챗GPT를 훈련하는 데 사용된 데이터 양보다 약 16배 더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I 예보 기술은 스마트폰에도 탑재된다. 구글은 새로운 AI 스마트폰 ‘픽셀9’에 AI 기반 날씨 앱 ‘픽셀 웨더’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픽셀 웨더가 천둥번개가 언제 시작되고 끝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우 등 날씨가 급변할 때 사용자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AI 기상 기술 특허 경쟁

이상기후에 따라 기상 예보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각국은 기술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특허 출원 건수로 보면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특허 출원 건수는 3110건으로, 전체 특허 건수의 64%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미국은 795건, 한국 516건, 일본 252건, 유럽 172건 등으로 집계됐다. 활발한 특허 출원은 기상 예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 예보 서비스 시장은 2021년 3조7597억원에서 2028년 7조1071억원으로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특허의 ‘질’은 영국과 미국이 높았다. 특허 등록 건수 중 피인용횟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피인용 지수는 영국이 13.0, 미국 12.8, 독일 10.4로 높았지만 중국은 1.2에 그쳤다. 한국의 피인용 지수는 3.3으로 낮은 축에 속했다. 특허 중에는 낙뢰 활동을 수집해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모델과 차량 센서를 활용해 도로 기상정보를 산출하는 모델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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