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스스로 움직이고 추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인간형 로봇) 개발과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은 제조·물류·의료 현장에 쓰일 ‘로봇 두뇌’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 관련 리스크를 높이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이후 로봇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업은 지금도 제조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고 있지만, 반복적이고 변수가 없는 작업에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첨단 AI와 시각 센서, 촉각 센서 등 고도화된 기술을 접목해 인간처럼 주변 환경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장애물을 피해가는 등의 판단을 내리고, 물건을 집어 올리고 옮기는 등 그간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워했던 정교한 작업까지 매끄럽게 수행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는 최근 ‘로봇 두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로보틱스 칩 모듈 ‘젯슨 토르(Jetson Thor)’를 선보였다. 젯슨 토르는 개발자 키트 기준 가격이 3499달러(약 486만원)로, 고객사들은 이를 활용해 제조, 물류, 운송, 의료, 농업, 유통 다양한 산업 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 현재 어질리티 로보틱스, 아마존, 보스턴 다이내믹스, 피겨, 필드AI 등 주요 로보틱스(로봇) 기업들이 젯슨 토르 칩을 사용해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는 ‘로봇 두뇌’ 시장을 선점해 차세대 성장 동력인 로봇 사업을 키우고, 피지컬 AI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피지컬 AI는 로봇·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실체가 있는 장치에 AI를 탑재한 기술을 뜻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 AI”라면서 관련 산업이 로봇을 중심으로 50조달러(약 7경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직접 로봇을 만들지 않지만,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과 신경망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로봇 산업 인프라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디푸 탈라 엔비디아 로보틱스·에지컴퓨팅 부문 부사장은 “우리는 로봇도 자동차도 만들지 않지만 컴퓨팅 인프라와 관련 소프트웨어로 전체 산업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AI 다음으로 로보틱스가 가장 큰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젯슨 토르는 피지컬 AI와 범용 로보틱스 시대를 이끌어갈 궁극의 슈퍼컴퓨터”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전장·로보틱스 부문 매출은 5억7000만달러(약 7900억원)로 전체 매출(441억달러)의 약 1%에 불과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도 스스로 움직이고 추론하는 로봇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전 세계 300여개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상품 입고·보관·주문·포장·배송·반품 처리 업무를 담당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현재 아마존은 촉각 기능을 갖춘 최신 로봇 모델 ‘벌칸’을 포함해 100만대 이상의 로봇을 물류센터에 배치해 전체 물류 작업의 약 75%를 자동화했는데, 이를 100% 자동화하는 게 목표다. 그 일환으로 연초 로봇 전용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딥플리트(DeepFleet)’를 출시했다. 아마존은 “딥플리트는 물류센터 내 로봇 이동 시간을 10% 단축해 더 빠르고 저렴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고객의 집 앞까지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품을 아마존이 최대주주인 리비안의 무인 전기차에 싣고 직접 배송을 한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은 관련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다목적 로봇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할 에이전틱 AI 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정책과 노란봉투법 통과 등이 맞물리면서 로봇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미국에 약 7조원을 들여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로봇 공장에서는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주력 제품인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로봇개 스팟,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달 도요타 리서치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대규모행동모델(LBM)이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LBM은 인간의 행동 영상, 실제 경험, 시뮬레이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한 것을 토대로 인간처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모델이다. 현대차는 고도화 작업을 거친 뒤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틀라스가 부품 운반 등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될 경우 작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며 생산성,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로 꼽히는 노사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 국내 증시에서는 로봇주가 일제히 급등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가격이 약 10만달러(약 1억3800만원)인 로봇을 5년 간 매일 22시간 공장에 투입하면 시간당 비용은 3.4달러(약 4700원)로, 중국 인건비의 절반에 그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것이란 관측에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에 약 10억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되면서 관련 시장이 약 5조달러(약 7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은 203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더디겠지만, 2030년대 후반과 2040년대에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약 90%는 산업 현장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원문보기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104545?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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